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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김광현의 내추럴커터

by 토아일당 2020. 12. 2.

 

김광현의 인터뷰 중 '내추럴커터'를 다룬 대목이 있었다.

링크:

[이영미 人터뷰] “결정구를 주무기 대신 커브로, 바보 아닌 강심장이고 싶었다” 김광현-<2>편 

sports.news.naver.com/news.nhn?oid=380&aid=0000001456&fbclid=IwAR36tjwxbN0XQWkmX4r7BADVU9WdDKOC6jOFuTwsOlkXLLVc9MtlzI9oe0M

 

좀 길지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올시즌 김광현 선수가 던진 구종 중 ‘내추럴 커터(자연 발생적 커터)’가 적잖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그런 질문을 하면 김광현 선수는 “나는 그냥 패스트볼을 던진 건데 그렇게 들어갔을 뿐이다”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시즌 들어가서 내추럴 커터가 유독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어떻게 된 건가요?

“지금은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흔히 ‘직구’라고 하면 똑바로 들어가는 공을 직구라고 하잖아요. 던질 때는 분명 직구를 던졌는데 공이 들어가는 걸 보면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거예요. 그리고 결과가 좋았고요. 이전에는 그런 부분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면 지금은 약간 휘어져 들어가게끔 던질 수 있게 됐어요.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커터성 공을 던지는 건 아니에요. 살짝 휘어져 들어가는 느낌으로 던지는 거죠. 주로 몸쪽으로 던질 때 그런 공이 많이 나와요. 그립은 직구 잡을 때랑 똑같아요. 던질 때의 느낌도 똑같아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바깥쪽 직구가 10개 중 1개 정도, 몸쪽 직구가 10개 중 3개 정도가 내추럴 커터였다면 지금은 5개 던지고 싶다 하면 5개 다 던질 수 있을 정도의 느낌이 생겼어요. 이건 말로 표현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내추럴커터란 투수가 속구를 던진다고 던졌는데 의도치않게 '커터움직임'을 보이는 공이다.  투수 글러브 방향으로 살짝 미끄러진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우투수 중에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좌투수 경우는 종종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컷이 생긴다'고 하면 나쁘게 본다.  우선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트레킹데이터를 활용하게 되고 거기에 더해서 릴리즈시점을 고속촬영해서 공이 손에서 빠져나가는 모양을 분석하게 되면서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 -- 투수 힘이 공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비효율이 생긴다는 점이다.   속구는 힘 전부를 공 빠르기로 바꿔야 하는데 컷이 생긴다는 것은 그중 일부가 공이 사이드스핀을 만드는데 '낭비'되는 것.  이런 경우 랩소도 식의 액티브스핀 비율도 낮아진다.  

 

그런데 김광현의 내추럴커터가 거론된 것은, 그 공이 효과적으로 먹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공의 정체는 뭘까.

 

김광현 피치무브먼트 - https://www.fangraphs.com/players/kwang-hyun-kim/27458/game-charts?position=&season=2020&date=0&dh=0&data=pi

팬그래프에 있는 피치무브먼트 차트를 보면 위와 같다.  하늘색이 속구인데 이중 가로축(수평무브) 0에 해당하는 선보다 왼쪽에 있는 공을 '내추럴커터'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커터로 구분되는 공은 이보다 더 왼쪽에 나타나는데, 그렇다고 보면 소위 내추럴커터는 [커터]라기보다는 [컷을 많이 가진 속구]로 보는게 맞다.

 

보통 투수들의 속구는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다음은 류현진의 피치무브먼트 차트다. 

 

류현진 피치무브먼트

 

역시 하늘색이 속구인데, 김광현의 속구가 가로축 0(inch)에 있는 것과 달리 류현진은 5inch 쪽에 있다.  이는 공이 투수 손끝을 떠나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동안 투수 손등방향으로 3인치에서 8인치 정도 수평움직임이 생겼다는 뜻이다.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보통 2가지다.  하나는 암슬롯,  다른 하나는 공이 손에서 빠질 때 힘이 가해지는 방법. 

 

투수의 암슬롯은 아무리 위에서 내리꽂는 타잎이라 해도 팔이 머리 위에 달려있지 않는 한 12-6회전이 아니라 (좌투수 포수시점 기준으로) 1-7회전이나 팔이 더 낮으면 2-8회전을 하기 때문이고 거기에 더해서 공이 손에서 빠져나갈 때 투수 손이 글러브 방향으로 틀어지기 때문이다.  (안그러면 팔꿈치 나간다고 한다) 

 

해서 속구 또는 직구라고 하지만 그 공은 스트레이트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 투수 손등방향으로 역회전하며 간다.  이런 움직임을 런run이라 하며  cut의 반대다.   따라서 좌투수가 좌타자에게 속구를 던질 경우 몸쪽으로 더 파고드는 움직임이 된다.  이 움직임이 심할 때 테일링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리해보면

1. 김광현의 속구는 다른 투수들과 달리 런이 없고 컷이 있다. 

2. 내추럴커터라고 하는 공은 구별된 구종은 아니고 김광현이 던지는 속구의 차별적 특성이다.

3. 전통적으로 컷이 있는 속구는 좋지 않는 걸로 보는데, 2020김광현은 그 공으로 재미를 봤다. 

 

이제 이런 것을 배경으로 두게 되면 “나는 그냥 패스트볼을 던진 건데 그렇게 들어갔을 뿐이다”라는 말에 맥락이 잡힌다.  내추럴커터는 딴게 아니라 그냥 김광현 속구의 특징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 김광현의 속구는 mlb가기 전 kbo리그에서 던질 때도 비슷했다.  새삼스러운 변화는 아니다.

 

어느 투수든 피치마다 무브먼트는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류현진의 경우라면 많이 움직이면 8인치-런, 적게 움직이면 3인치-런이다.  둘다 런이고 움직임의 크냐 작냐일 뿐 그냥 속구로 인식된다.  하지만 김광현은 어떤 공은 3인치-컷이고 어떤 공은 3인치-런이다.  이렇게 되면 그냥 속구가 아니라 그중 어떤 것을 좀 다른 종류의 공, 즉 내추럴커터.로 인식하게 된다.   

 

달라진 것은 그이 공이 아니라 그 공을 해석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변의 언어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해석과 의미부여가 달라지면서 투수 스스로가 의식적으로 이 공을 다루려고 노력하는 동기가 된 것일지도.

 

“똑같아요. 제 느낌으로는 똑같아요. SK에서는 직구가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면 그날 공이 안 좋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바깥쪽 공은 직구로, 몸쪽은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한국에서는 몸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공에 타자들이 거의 손을 안 대요. 반면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거의 스윙을 해요. 그런 공에 파울이나 빗맞은 타구가 나오더라고요." 

 

kbo리그에서는 타자들이 이 공에 손을 안댄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컷이 있는 공을 나쁘다고 본다.  반면 mlb에서는 이 공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이게 김광현표 내추럴커터.의 본질적 맥락이다. 

 

연결해서 떠올릴 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개인차가 있긴한데, 대부분의 투수들은 같은손 타자 몸쪽으로 던질때 런이 더 많이 생기고 바깥쪽일때 덜 생긴다.  이걸 뒤집으면 같은손 타자 몸쪽일때 컷이 덜 생기고 바깥쪽일때 더 생긴다는 뜻.  

 

"저는 분명 몸쪽을 보고 던지는데 공이 휘어져 들어가는 거예요"

 

김광현이 반대손 타자에게 던지는 경우로 보면, 몸쪽일 때 컷>런 이 되고 바깥쪽이면 컷<런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타자 몸쪽으로 던질때 컷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이 공이 내추럴커터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바깥쪽 직구가 10개 중 1개 정도, 몸쪽 직구가 10개 중 3개 정도가 내추럴 커터였다면 지금은 5개 던지고 싶다 하면 5개 다 던질 수 있을 정도의 느낌이 생겼어요. 이건 말로 표현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투수의 감각이란게 아마 그럴 것이다.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할까. 

 

대신 이런 생각은 든다.  던지던 공은 똑같지만, 그걸 둘러싼 평가와 분석이 달라질 때 --- 투수는 자기가 가졌으나 자각하지 못했던 능력을 자기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생긴게 아닐지.   내추럴커터가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결과가 좋았다고 하지만 그또한 그 공을 그냥 속구 중 하나도 아니고 실패한 속구도 아니고, 내추럴커터든 뭐든 그 이름을 뭐라 부르든, 다른 공과 구별되는 [어떤 것]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면 --- 그게 결과가 좋다 나쁘다라는 평가 자체도 성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수 스스로 어떤 막연한 [느낌]이 있었다 한들, 우리 스스로 잘 알듯 그게 이론화되고 객관화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느낌과 기억이라는 것은 자주 희석되고 왜곡된다.  그런 차이가 있지 않았을까.

 

김광현이랑 비슷하게 런이 거의 없고 종종 컷이 있는 속구를 가진 투수가 클레이튼 커쇼다.

 

클레이튼 커쇼 피치무브먼트

비슷한 타잎의 속구를 가졌긴한데 맥락이 많이 다르긴 하다.  커쇼는 철저하게 위아래 움직임 컴비네이션을 가진 투수다.  위의 차트를 보면 그 점이 매우 선명하다.  속구는 런이 거의 없고 커브는 완전 12-6이고 하물며 슬라이더 조차 극단적인 종슬라이더다.  로케이션 선택 역시 좌우.보다는 위래 분포다.  그의 속구를 내추럴커터라구 부르는 경우도 많지만 더 자주는 스트레이트-패스트볼.로 불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