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아일당73 야구는 리셋이 반복되는 게임이다 야구가 없는 날. 어쩌다가, 그리고 오랬만에 만화 [미생]을 봤다. 울컥한 장면이 있었다. 아직 살아있지 못한 이들이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싸우는 이야기라서 그럴거다. 상태 좋을때 야구를 보면, 매 순간 순간이 그 만화같다. 한 선수의 커리어가, 한 시즌의 팀이, 한 경기의 승부가 꼭 그렇다. 아직 살아있지 못한 이들이 열심히 싸운다. 싸운다는건 피보자는 악다구니가 아니다. 싸운다는건 내가 좀더 나은 사람이 되려 하는 과정이고 노력이다. 또 싸운다는건 늘 과정이다. 매번의 패배는 지독하게 무참하게 아프지만 또 참 별거아닌 것이기도 하다. 3점쯤 남기고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투수가 볼넷을 3개쯤 내준 후 시원하게 만루홈런을 맞고나면, 그들도 우리도 세상이 다 끝장난 것처럼 처참하다. 하지만 새로운 날이 밝고 .. 2019. 7. 13. 박종훈, 빠른공은 가라앉고 느린공은 떠오른다. 2017년 이후의 박종훈은 A급 선발투수다. 그리고 오랬만에 등장한 정통잠수함. 현장 고수들의 의견과 스포츠과학의 연구가 일치하는게 --- "공을 끝가지 봐라"는 코칭은 [구라]라는 지점이다. 인간이 시각정보에 반응해서 몸을 움직이려면 0.25초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게다가 그냥 반응이 아니라 100m쯤 널리 날려버릴 만큼 힘을 주고 쎄게 반응해야 하는게 타격이다. 그런데 투수가 던진 속구는 대략 0.42초 만에 홈플레이트에 날아든다. 이 조건에서 공을 끝까지 보면, 이미 포수 미트에 박혀있을 것이다. 따라서 타자는 자기 앞 10m 쯤에 공이 있을때 이미 결정을 하고 시동을 걸고 스윙을 시작한다. 스포츠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 프로레벨의 타자들은 투구의 초기궤적으로 스윙여부를 결정하고 몸에 .. 2019. 7. 10. 환타지리그를 현실에서 해보기 : The Only Rule Is It Has To Work [2017년 6월9일 - Facebook] 2주전에 주문한 책 [The Only Rule Is It Has To Work]가 도착했습니다. 벤 린드버그와 샘 밀러라는 두명의 세이버메트리션이 독립리그 구단 하나를 직접 운영하는 이야기입니다. "궁극의 환타지베이스볼게임"이라 할 수 있죠. 소재 자체가 워낙에 섹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도입부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첫장면은 Paul Hvozdovic 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동네에서 야구 제일 잘하던 소년이었고 메이저리거를 꿈꿨고 그러나 프로팀에게 지명받지 못했고 빅리그에서 7단계가 낮은 레벨의 독립리그에서 뛰는 투수입니다. 그리고 방금 방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는 야구를 접고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런 그에게 계약제안이 옵니다. 그가 사는 동네서 20.. 2018. 11. 20.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관념은 왜 생겼을까?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관념은 왜 생겼을까?" 경기에서 타자의 역할(득점)과 투수-수비의 역할(실점억제)는 당연히 동등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물론, 각 경기 득점와 실점의 deviation에 따라 둘 중 하나가 승패결정에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긴 합니다. 극단적으로 모든 경기에서 실점이 똑같다면, 승패는 결국 득점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으며 경기를 두 팀이 하기 때문에 논리적 모순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관념이 왜 생겼을까요. (실점억제에서, 타자는 야수 역할도 한다는 요인은 논점과 좀 다른거라 고려하지 않습니다) 1.득점팩터와 실점팩터가 같은 영향을 가졌다고 해도, 한 경기를 선발투수 혼자 다 던지면, 타자역할-투수역할은 같지만.. 2018. 11. 19. 피타고라스승률보다 더 많이 이기는 방법 - KBO리그 피타고리안승률은 재미있는 모델입니다. 현재의 승률과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는 좀더 객관적인 팀전력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시즌 중반 즈음에 피타고리안 기대승률과 실제 승률 중 시즌 최종 승률과 더 가까운 것이 오히려 실제승률보다 기대승률인 경우도 많습니다. 기대승률 모델의 또다른 의미는, 어떤 경기는 결정적인 한점으로 승리를 거두기도 하고 또 다른 경기는 10점 이상의 큰 점수차로 지기도 하지만, 100경기 이상의 한시즌 전체를 치르고 나면 결국 득점이 많고 실점이 적은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야구의 중요한 본질 하나를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은 한타석, 한경기는 랜덤에 좌우되는 면이 많지만 결국 득점력과 실점억제력에 수렴하게 된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 2018. 11. 2. 태평양을 건넌 플라이볼 혁명 [베이스볼인플레이] 태평양을 건넌 플라이볼 혁명일간스포츠 2017.06.14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야구의 이론도 그럴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뜨거운 이슈는 '플라이볼 혁명'이다. 타자가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타구를 띄워야 한다는 의미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 도입된 스탯캐스트 기술에서 비롯된 변화다. 레이더 추적 장비로 타구 궤적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경험에 기반한 전통적 지식 대신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졌다.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 타격코치들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선호했다. 그런데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인 발사각 10~15도가 아닌 25~35도 사이 타구가 더 높은 타율, 장타.. 2018. 1. 30. 넓어진 존, 롯데·KIA·SK의 삼색 해결책 [베이스볼인플레이] 넓어진 존, 롯데·KIA·SK의 삼색 해결책일간스포츠 2017.05.08 초구를 건드려 아웃되는 타자는 팬들이 싫어하기 마련이다.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공을 많이 보는 게 무조건 좋지만은 않다. 공을 많이 보면 볼넷으로 출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신 반대급부가 있는데, 삼진도 많이 당한다. KBO 리그에서는 예외적인 타자 한 명(이용규)을 제외하면. 공을 많이 보면서 삼진을 적게 당하는 타자는 찾기 어렵다. 결국 공을 많이 보는 타석 전략에서는 볼넷을 '상대적으로' 늘리고, 삼진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올해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리그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가 늘어났다. 그래서 볼카운드를 길게 끄는 승부의 .. 2018. 1. 26. 3연투 불펜 필승조, 평범 이하 투수로 전락한다 [베이스볼인플레이] 3연투 불펜 필승조, 평범 이하 투수로 전락한다일간스포츠 2017.04.07 2017년 프로야구가 시작됐고, 10개 구단 두 번째 3연전까지 일정을 마쳤다. 첫 번째 3연전인 개막 시리즈에서 가장 치열했던 승부는 두산과 한화가 맞붙은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한화는 1승1패로 맞선 가운데 2일 3차전에서 8회말 2사까지 3-0으로 앞서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3연전 우위 달성 일보 전까지 갔다. 그러나 1실점을 부른 윌린 로사리오의 실책으로 끝낼 수 있었던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했고, 곧이어 닉 에반스의 동점 투런홈런이 터졌다. 악몽의 8회말 마운드에 섰던 투수는 한화 장민재였다. 그는 시리즈 3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경기는 연장 승부로 이어졌고 11회초 신성현의 1점홈런으로 한.. 2018. 1. 24. 박병호를 삼킨 ML 강속구, 황재균은 어떨까 [베이스볼인플레이]박병호를 삼킨 ML 강속구, 황재균은 어떨까일간스포츠 2017.02.07 KBO리그 홈런왕 출신 박병호는 지난 4일 소속팀 미네소타로부터 양도선수로 지명됐다. 그의 미래 앞에는 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고,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현재 미네소타는 그의 약점에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네소타는 14일까지 박병호의 이적이 성사되면 포스팅 비용 1285만 달러를 날릴 수도 있는 선택을 했다. 박병호의 약점이란 결국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을 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KBO리그는 투수들의 빠른공은 메이저리그보다 느리다. 타이밍의 예술인 타격에서 구속 차이는 현실적인 벽이다. 박병호는 여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 2018. 1. 20. [베이스볼인플레이] '마구'를 던지는 투수, 앤디 밴 헤켄 [베이스볼인플레이]'마구'를 던지는 투수, 앤디 밴 헤켄일간스포츠 2017.01.20 동네 야구소년들에게 최고의 팬터지는 '마구'다. 고(故) 이상무 화백의 독고탁의 그것처럼 흙먼지를 일으키며 날아가다 타자 앞에서 갑자기 솟아오르거나, 좌우로 꾸불거리며 날아가는 공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다.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고 치는 것도 어떤 면에서 인체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다. 이런 공이 투수의 손끝을 떠나 홈플레이트 상공에 도달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0.4초 정도다.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포착한 시각정보가 뇌에 전달되는 데 0.15초 시간이 소비된다. 나머지 0.25초 안에 근육에 타격 명령을 내리고 몸이 그에 반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불가능.. 2018. 1. 19. [베이스볼인플레이] 외국인 투수 선택, 강속구냐 제구력이냐 [베이스볼인플레이]외국인 투수 선택, 강속구냐 제구력이냐일간스포츠 2017.01.10 KBO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앞 두 자리는 대개 외국인 선수 몫이다.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당연하다. 화려한 경력, 좋은 기록을 가진 투수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몸값도 비싸다. 게다가 '스펙'이 늘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믿었던 투수가 실패하면 '안국 야구 적응'이라는 문제가 거론된다. '적응'이란 여러가지를 포함한다.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리그의 기술적·전략적 특성에 따른 차이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큰 키와 높은 릴리스포인트는 미국 야구에서 흔하고 평범하지만, KBO리그에서는 희소하고 까다로운 특징이 될 수 있다. 이런 상성 차이로 실력이 비슷한 경우라도 KBO리그 타자에게 더 강하거.. 2018. 1. 18. 타고투저, 투수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베이스볼인플레이] 타고투저, 투수들은 도망가지 않았다일간스포츠 2016.12.27 '역대급' 타고시즌이 3년째 이어졌다. ‘타고(打高)’란 다른 말로 ‘투저(投低)’다. 그러다보니 과거보다 투수 수준이 떨어졌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정은 이르다.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의 실력이 그대로여도 환경에 따라 타율이 높아지고 홈런이 늘어나고 득점이 많아질 수 있다. 공과 배트의 반발력, 외야펜스 거리, 파울지역의 넓이, 스트라이크존의 크기 등은 타고투저, 투고타저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1~2013년은 타고가 아니라 투고의 3시즌이었다. 투고 3년과 이후 타고 3년을 비교하면 인플레이타율(BABIP)이 0.307에서 0.329로 높아졌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5명 중 40명이 .. 2018. 1. 17. 이전 1 2 3 4 5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