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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보자. 지금도 그렇지만 더 격렬하게 기다려보자 - 트윈스 4월1일

by 토아일당 2015. 4. 2.

엘지트윈스 4월1일 현재 1승3패

기다려보자. 지금도 그렇지만 더 격렬하게 기다려보자



어쨌든 연패를 끊었으니 마음은 한결 가볍습니다.

종종 그랬듯이 객나적인 4경기 째 감상입니다.


1. 저는 임정우가 좋습니다.


얼굴이 이뻐서 그런건 아니고요.  굳이 꼽자면 커브볼러인게 제일 큽니다.

제대로만 던질 수 있다면 그거 하나로도 먹고 산다는 바로 그 커브인데, 팬심 많이 안보태도 현역 윤성환과 김진우 말고 그보다 나은 투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리드한 선발투수에게 커브만큼 위력적인 무기 또한 없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두가지 구종을 던질때이 폼도 일정한 편이고, 커브가 빠르고 짧게 떨어지는 것과 느리고 크게 떨어지는 게 있어서 카운트를 잡는 공, 유인구, 결정구 모든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같습니다. 


임정우의 약점은 패스트볼과 커브 말고 써드피치가 없다는 점과 종종 제구가 영 불안해진다는 점 두가지인데,

투수의 컨디션이 늘 좋을 수가 없으니, 공이 잘 안감기거나 제구가 흔들릴때 버틸 수 있는 플랜B가 있어야 하는데, 구속이 안나오거나 커브 제구가 안되면 두개의 무기 중 어느것도 제대로 써먹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압도적인 구속을 가지지 못한 커브볼러들의 숙명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김진우는 강한 패스트볼이 있고 윤성환은 절대제구력이 있죠)


작년 중반 즈음에 스플리터를 종종 던지던것 같은데 어제 경기에서는 잘 못봤습니다.  그래도 4회까지 제구가 아주 잘된 것이 좋은 피칭의 이유겠죠. 


어느날 갑자기 꾸준한 칼제구 스킬을 장착하긴 어려울테니, 세번째 구종에 빨리 적응이 되면 그저 임시선발이 아니라 오래오래 던져줄 4번째 선발자리 쯤은 충분히 맡아줄것 같습니다.


2. 루카스하렐은 그래도 설레네요.


물론 볼카운트가 늘 길고 한꺼번에 제구가 흔들리는, 그래도 명색이 전직 메이저리그 1선발 출신답지 않은 모습이긴 하지만 구위가 진짜 좋아보이네요.  지난 겨울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다루던 관점으로 본다면, 2012년 전반기 이전의 스타일은 아닌것 같고 중반 이후의 팔이 좀더 높고 역회전이 걸린 싱커보다는 빠른 슬라이더와 커브를 함께 섞는 타잎으로 정착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원래 2012년 중반 이전까지의 스타일로는 포심 끝에 역회전 테일링이 좀 걸리는 구질이었는데, 엊그제 모습으로는 공끝이 팽팽한 그런 종류의 아주 옥소도스한 스트레이트더군요.  


루카스하렐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http://baseball-in-play.com/16


오히려 130km 중반대의 빠르고 급하게 떨어지는 커브가 KBO에서는 잘 못보던 인상적인 구질이었고 (한때 최고 명품이라던 김진우 커브랑 약간 비슷한 느낌?  물론 김진우의 것보다는 약간 완만한 느낌이긴 했지만요) 

아직 구속이 덜 올라와서 위력이 반감된거 같지만, 커터성 슬라이더도 제구는 잘 되던거 같습니다.  MLB 잘나가던 시절에 이 커터성 슬라이더가 평속기준 90마일을 넘겼었는데 KBO에서라면 140km만 나와도 굉장한 무기가 될거 같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많이는 안던졌지만 무지하게 유니크해보인 체인지업이었습니다.  원래 하렐은 우타자를 상대로는 이 구질을 많이 안던지는 패턴이긴 하든데, 뭐랄까 미끄러지는 것처럼 휙 떨어지는 움직임이 굉장히 특이하고 멋져보였습니다.  몸쪽으로 제구할 수 있다면 우타자에게도 써먹을 수 있을것처럼 보였는데 그렇게는 안던지더군요. 


그냥 제 생각인데, 그의 구질이 KBO에서는 좀 특이한 구석이 많다보니 그리고 아직 실전 호흡이 짧아서 배터리가 루카스하렐의 구종을 써먹는 방법에 대해 컨센서스를 만드는 과정이 좀더 있어야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포수가 벤치가 아직은 루카스 사용법에 덜 적응된 면도 있는거 같아서요. 


리그의 타자나 심판에게 좀더 적응하고 나면 완전 에이스 노릇을 해줄 수 있을것 같다는 기대가 저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소사 역시 기대이상입니다.  특히 (신재웅선수에게 물어보니) 체인지업이라 하든데, 이 공 역시 엄청 인상적이었습니다.  뭐랄까 공이 잠깐 멈췄다가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요.  날씨가 더워지며 지금보다 적어도 3-4km 정도 구속이 올라갈텐데 그때가 되면 몬스터급 스터프가 될거 같은 기대가 스물스물 합니다.


3. 유강남은 생각보다는 휠씬 안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최경철포수의 타격은 음... 그냥 작년수준까지만 기대할까 합니다.  시즌 초반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작년보다 스윙이 더 둔해진 느낌입니다.  대신 유강남은 별 기대가 없었는데 꽤 안정적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그동안 1군 레벨에서 송구능력에 좀 문제를 보이긴 했지만, 몇해전 그러니까 입대 전에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도루저지를 보여준 적도 있는걸 보면, 기본적인 능력 자체가 없는 선수는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4. 타자들의 스윙은 아직 덜 올라와서 그런걸까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대체로 스윙이 좀 늦습니다.  좋은 타구가 나온 경우도 히팅 포인트가 상당히 뒤에 있습니다.  타구의 비거리가 영 안나오는 것이 그것과 상관있는 것도 같습니다.  느슨하게 풀려서 오는 공을 제외하면 강하게 멀리 날리는게 어렵겠죠. 어중간한 플라이볼이 많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가설은 4가지 입니다.

  

1) (부정적) 오프시즌캠프 때의 기술적 선택이 약간 틀린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게다가 노찬엽 타코가 현역시절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공을 끄집어내서 안타를 만든다"는 평을 들었다든데, 진짜 다들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공을 끄집어내서 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2) (심리적) 부담감이나 등등의 심리적 이유로 몸에 힘이 들어가고 굳어서 반응이 미세하게 늦기 때문인가 하는 것입니다.  특히 평소에는 덜 그러다가 주자가 모인 상황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서 이런 생각도 듭니다.  헛스윙을 하는 경우도 타이밍과 중심을 빼앗겨서 그러는 경우보다 반응이 늦으면서 생기니까 더 그렇습니다.


3) (전략적) 작년 팀타율, 팀장타율 다 바닥인데 그나마 팀득점 최하위를 면한건 꽤 높은 출루율 때문에 그렇습니다.  출루율이 높은거야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소극적인 태도는 결국 득점력을 떨어뜨립니다.  지난 몇해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 예를들면 떨어지는 공에 어이없이 몸이 딸려나가며 헛스윙을 하는 걸 거의 못봅니다.  이게 수싸움과 선구안, 타격메카니즘의 개선으로 그리되면 당연 좋은거지만 속지 않기 위해 시동을 늦게 걸면서 생기는 결과라면, 삼진은 안당할지언정 좋은 타구도 만들지 못할 수 있습니다.


4) (시간적) 물론 저는 이 4번째 가설을 믿습니다.  공을 더 붙여서 시동을 걸고 때리는 것은 물론 휠씬 고급한 타격기술입니다.  다만 피지컬이나 타격기술이나 더 높은 수준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전의 1군투수 공을 보여 적응하고 컨디션을 올리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1군 주축타자들의 경우 컨디션을 아직 완전히 올리지 않은 것이라서 지금같은 것이고, 이제 예열만 되면 장난아니게 쳐댈것이라 기대합니다.


5. 김용의는 중견수 봐도 되겠네요.  우익수도 문제 없어보였구요.


6. 봉중근은 이제 겨우 공 7개 던진 것 뿐이니까요.  게다가 그날의 필은 뭔가 약먹은 모드였고. 


7. 신재웅과 유원상은 시간이 좀 걸릴거 같죠?  


뭐 한두해 보는 것도 아니구요.  대신 이동현이 다른 해와 같은 루틴이라면 손가락 문제가 곧 생길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바짝 좋다가 한두주 혹은 두세주 후부터 한달 정도 약간 나빠지는게 늘 사이클이니까요.  그때 봉중근과 정찬헌, 최동환, 윤지웅이 받쳐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겠죠. 

양도 질도 최고라는 트윈스 불펜이지만 그건 시즌 전체를 놓고봐서 그렇고 4월 한달을 기준으로라면 주축 2명 좌재웅 우원상은 충전이 덜된 모드네요. 


8. 양상문 감독은 정말 조급해하는 것일까?


루카스에 대한 투수교체 타이밍은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전 컨디션이 완전하다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 그리고 한동안 5선발 로테이션이 아니라 4선발 로테이션에 가까운 운용을 염두에 둘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정우가 어제 그래도 5이닝 정도를 소화해줬지만 양상문 감독 입장에서는 임정우, 장진용이 둘다 조기강판되서 불펜을 무한투입해야 하는 상황조차 염두에 둬야 했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투수들의 심리적인 영향은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4선발 로테이션 기준이라면 적정 투구수가 75개라는 이론도 있긴 하니까요. 


다만 약간 걱정스러운 것은, 어찌보면 양상문 감독의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전략적 섬세함"이 때때로 "무심한 맡김"보다 더 압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도루시도가 실패한 것을 그저 벤치탓으로만 돌릴 일도 아니며, 이른 투수교체로 인한 실패 같은 것은 늘 결과론이기 쉽고, 첫 3경기처럼 찬스마다 중심타선이 침묵하면 누가 감독을 해도 방법이 없었을겁니다.


딱 하나 아쉬운건, 어제경기 1회 정성훈의 번트시도였습니다.  실패한 게 문제도 아니고 전략적인 타당성도 문제가 아닌데, 감독의 그런 지시는 "오늘 경기를 반드시 이기자"라는 메시지라서 이런건 늘 양날의 검이라는거죠.


이상적으로는, 이럴때 감독은 벤치에 묵묵히 앉아있고 선수들이 스스로 희생번트를 대는 게 정답일겁니다.  꼭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는 투지와 절실함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담과 압박감, 신뢰받고 있지 못하다는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어서요.

양상문감독은 인터뷰마다, 조급하지 않다, 기다리겠다 하지만 솔직히 좀 쫒기는 것처럼 보이는게 솔직한 팬심입니다. 



그래서 더 초반이 중요한건 맞을겁니다.  고참들을 중심으로 한 단단한 리더쉽이 있는 지금의 팀 트윈스 입장에서라면 양상문감독 같은 섬세한 마이크로매니지먼트가 성과를 내게 되면, 한두시즌의 분위기와 승부욕이 견고한 시스템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까요. 


기다리는 것도,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도 다를 바 없는 하나의 선택이며 승부이고 모험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없는 섬세함으로 그리고 더할나위없는 격렬함으로

준비해온 것을 믿고 폭풍처럼 기다려야할 때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