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이 엿보이는 신인들이 한두경기 실수하고 부진했다고 해서 섣불리 한계를 예단하고 더 나아가 팀에 피해를 주는 존재라고 단정짓은 것이 합당하지 않은 것처럼, 노장선수들에게도 역시 비슷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세월은 흐르는 법이고, 해가 바뀌어가며 전성기때 보여주던 능력이 조금씩 하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암흑기의 지킨 고독한 에이스였고, 암흑기를 끊어낸 마무리투수에게 우리가 유독 더 가혹하고 이른 선고를 내리고 있다면 그 이유는 그의 나이가 오르기보다는 내려오는게 당연할만큼 많아졌기 때문이겠죠.
2013년 삼성의 이승엽은 완연한 하향세였습니다. 2할5푼대의 타율, 3할도 넘기지 못한 출루율. 4할이 안되는 장타율. 그러면서 중심타선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삼성 팬덤 내부에서조차 날선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팀에 더이상 도움이 안될 뿐더러, 젊은 선수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말조차 나왔습니다.
벤치가 이름값에 연연한다며 그의 기용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긴 천하의 이승엽이라도 끝났다는 말을 들어 마땅한 성적이었고 무엇보다 그의 나이가 그럴만한 합당한 이유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승엽은 다음해 그러니까 지난 2014년 32개의 홈런을 쳐내며 팀의 리그 4연패를 이끈 중심선수로 되살아났습니다.
가끔은 실망스럽다 해도 기다려줘야 하는 것은 신인들만이 아닙니다. 나이먹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공헌과 찬란한 커리어를 존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모자란 것을 쳐내자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불확실함 속에서 아직 피어나지 않은 또는 여전히 남아있는 가능성과 에너지를 찾아내는것은 그보다 비할 수 없이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것을 해내야만 이길 수 있고 강해질 수 있는게 야구입니다.
기다림이 늘 보답받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드러난 모자람에 그저 화내고 비난하며 그들의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 섯부른 선고를 내리는 것보다는 휠씬 합리적이고 타당한 접근입니다. 하물며, 불과 몇번의 실패를 가지고 그 노장선수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닦아세우고, 만약 그러지 않으면 자리에 연연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치부하는 것은 논할 바도 못됩니다.
저 역시 봉중근이 지난 몇경기에서 보여준 공이 딱히 미더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팀과 양상문감독이 하고 있는 판단은 아직 신뢰하고 싶습니다. 그의 공을 믿기에 앞서, 아직은 그를 믿고 있는 팀과 벤치 그리고 그의 동료들을 믿어 볼 생각입니다.
어려울 때 한결같이 팀의 마운드를 지켜온 한국나이 37살의 마무리투수도, 지난 두번의 시즌동안 드라마같은 가을야구를 팬들에게 선물했던 팀과 벤치도 그런 기다림과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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