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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미국커브'는 '한국커브'와 다르다.

by 토아일당 2016. 4. 9.


*이것은 4월6일자 일간스포츠 칼럼 - [베이스볼인플레이:  ‘한구커브’와 ‘미국커브’는 다르다]를 좀더 풀어서 정리한 글입니다.  분량제한 때문에 포함시키지 못했던 몇가지 데이터가 추가합니다.  



올해 KBO리그 개막은 20명의 외국인 투수와 함께 시작한다.  작년에 등판기록이 있는 외국인 투수는 27명이다.  이들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6kmh이었다.  내국인 투수 평균 143kmh 보다  약간 빨랐지만 더 위력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왜냐하면 구위를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 지표 헛스윙%에서 오히려 내국인 투수 평균이 6.0%로 5.6%인 외국인 투수보다 약간이지만 더 높다.  인플레이 타구에 대한 패스트볼 피장타율도 내국인 투수가 0.507로 외국인 투수 0.535보다 더 좋다. 


슬라이더 헛스윙%도 내국인 투수가 13.5% 대 11.2%로 앞선다.  2S 이후 삼진비율도 15.7% 대 12.1%로 우위에 있다.  대신 피장타율에서는 0.396 대 0.473 으로 외국인 투수쪽이 더 좋다.   헛스윙%와 탈삼진%는 내국인 투수 슬라이더가 좋았고  인플레이 타격의 결과는 외국인 투수 쪽이 더 좋았기 때문에 둘 중 어느 쪽이 확실히 낫다 하긴 어렵다.     


외국인 투수는 그런데 대체로 팀내 상위 선발을 맡고 있다.  성적도 더 좋다.  차이는 체인지업과 커브에 있었다.  내국인 투수는 이 두 구종의 구사율이 20%인 반면 외국인 투수는 26%(커브 13%, 체인지업13%)다. 



인포그래픽 : 일간스포츠



더 많이 사용할 뿐 아니라 더 위력적이다.  체인지업 헛스윙%와 피장타율에서 외국인 투수는 14.3%, 0.422로 내국인투수 12.1% 0.480 보다 앞선다.  커브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난다.  헛스윙%는 외국인 투수가 2% 정도 높고 결정적으로 피장타율에서 0.389 대 0.504 로 무려 0.115 차이가 난다. 


커브를 제외한 어떤 구종도 내국인 투수와 외국인 투수 사이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인플레이타구 피장타율  0.389는 NC포수 김태군의 15년 기록과 거의 같다.  반면 0.504는 리그평균 이상이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서 내국인 투수와 외국인 투수의 퍼포먼스 차이는 별로 없다.  어쩌면 내국인 투수 쪽 퍼포먼스가 더 좋았다고 할 수도 있다.

2. 반면, 체인지업과 커브는 외국인 투수 쪽의 퍼포먼스가 확실히 더 좋았다.

3. 외국인 투수는 내국인 투수보다 상대적으로 체인지업과 커브의 구사비율이 더 높았다. 

4. 그렇다면, 외국인 투수가 내국인 투수보다 더 비싼 몸값을 받고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 두 종류의 변화구, 특히 커브에서의 퍼포먼스가 차이가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커브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공이 투수의 손끝을 떠날 때 지면과 이루는 각도가 좀 다르다.   수직발사각에 해당하는 이 수치는 구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패스트볼은 좀더 아래쪽으로 꽂히듯이 날아간다.  리그평균 각도는 -1.5도다.  반면 커브는 발사각이 좀더 높다.  +1.8도인데 약간 위쪽으로 향했다가 다시 떨어진다.  3.3도 차이가 난다.  


커브의 발사각이 낮을수록 즉 패스트볼과 비슷해질 수록 타자가 헛스윙할 확율이 높아진다.   15년 외국인 투수의 평균 커브 발사각은 +0.9도, 내국인 투수는 +2.1도다.  커브의 발사각은 헛스윙%와의 상관관계가 가장 크다.   수직무브먼트의 크기나 회전수보다 더.  실제로 커브 분당회전수는 내국인 투수가 분당2400, 외국인 투수가 분당2310 이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헛스윙%는 외국인 투수 커브 쪽이 더 높았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 투수는 적어도 팀 상위선발급이 기준이다.  마이너리그 AAA급에서는 상위 투수들이고 준수한 MLB경력을 가진 경우도 있다.  즉 비싸고 뛰어난 투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더 “좋은 커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개연적이다.   하지만 그런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15년 트랙맨베이스볼로 측정한 마이너리그 트리플A 의 커브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약간 재미있는 것이 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의 커브 평균 발사각은 +0.8도로 KBO리그의 외국인 투수와 거의 같다.  트리플A의 커브볼 헛스윙도 12%로 외국인 투수가 KBO리그에서 기록한 성적과 거의 같다.  트리플A의 커브볼 인플레이 타격 결과도 KBO에서의 결과보다 더 좋았다.   


여기서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15시즌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에서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던 예의 “릴리즈앵글이 낮은 커브”가 “좋은 커브”가 아니라 “미국 평균 커브”일 가능성이다.  즉 트리플A 기준으로 "좋은 투수"였던 KBO외국인 투수들 뿐 아니라 트리플A "평균투수"들도 릴리즈앵글이 낮고 헛스윙%가 높은 커브를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커브의 릴리즈앵글은 낮을수록 좋은 결과를 얻는다.  릴리즈앵글이 낮은 미국커브가 그렇지 못한 한국커브보다 타자를 상대로 더 효과적이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커브를 트리플A의 상위권 투수 뿐 아니라 평균 투수들도 던진다.    




트리플A와 KBO리그의 구종별 평균 퍼포먼스를 비교해보면 유독 KBO리그의 커브볼 퍼포먼스가 좋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KBO에서 뛴 외국인 투수들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KBO이 내국인 투수 퍼포먼스에 한정해서 평균을 계산하면 격차는 휠씬 더 커진다) 


특히 인플레이 타격 시 허용한 득점에서 격차가 크다.  KBO에서는 커브볼이 인플레이 타구 100개당 30.8점을 허용하고 트리플A에서는 28.2점을 허용한다.  10% 정도인데 말하자면 커브볼에 대한 평균허용실점이 그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꽤 큰 차이다.  (그밖에도 전체적으로 브레이킹 볼에 대한 헛스윙%가 좋지 않다)


크립톤 별에 살던 칼-엘 (지구이름 클라크 켄트) 은 자기 별에서는 그냥 보통사람이었지만 지구에 오자 [수퍼맨]이 된다.  KBO의 외국인투수들의 커브도 그런게 아니었을까?  더 뛰어난 투수였기 때문에 희소하게 던질 수 있었던 커브가 아니라 미국 트리플A에서는 아무나 던지는 흔한 커브였을 뿐인데 그게 한국에서는 특별한 커브 취급을 받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프로야구 투수 출신이며  현재 야구관련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차명주 원장은 이에 대해 “아마도 그럴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큰 낙폭을 만들 수 있는 더 높은 회전수를 강조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패스트볼과 비슷한 릴리즈메카니즘을 유지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래서 한국 커브는 회전수는 많고 미국 커브는 발사각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는 비슷하거나 어쩌면 내국인 투수만 못했던 외국인 투수들은 이 “미국 커브”를 던져서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커터나 투심패스트볼 같은 “새로운” 구종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익숙해서 무관심했던 것들이 의미있는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  15시즌 외국인 투수의 커브가 그랬다.  


만약 한국투수들이 이 “미국커브”를 배우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배운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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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혹시 외국인투수들은 키가 크고 팔이 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커브의 릴리즈앵글이 낮을 수 있었고 그것 때문에 헛스윙%가 높아진 것은 아닐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릴리즈포인트의 높이에 따른 커브볼 헛스윙%를 보면 별다른 상관관계는 없어보인다.  언더핸드나 사이드암을 제외하고 오버핸드 투수들의 릴리즈포인트 높이 범위인 최소 1.5-1.6m 범위부터 최대 1.9-2.0m 범위에서 릴리즈 높이와 헛스윙%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  즉 릴리즈포인트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헛스윙%가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분석데이터 : 2015년 TrackMan으로 측정된 KBO 166 경기, 마이너리그 AAA 1192경기 

제공 : 애슬릿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