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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허프, 투 피치의 역설

by 토아일당 2017. 10. 23.



엘지 외국인 투수 데이빗 허프는2피치 투수다.우타 상대에서 패스트볼(커터 포함)60%체인지업36%나머지 구종은4%다.좌타 상대도 비슷하다.패스트볼70%체인지업20%커브10%다.전체 구종 중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합쳐90%이상이다.


그는 괜찮은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졌지만 우려도 있었다 . 구종이 단조롭고 특히 ‘ 떨어지는 공 ’ 이 없다 . 2 스트라이크 이후 파울을 쳐내며 버티는 KBO 리그의 타자들에게 의외로 고전할 수도 있었다 .


그가 정규시즌 13 경기 ( 11 선발 ) 동안 보인 성적은 74.2 이닝 ERA 3.13 이다 . 9 이닝당 볼넷은 1.1 개에 불과하다 . 좋은 타구를 허용하지도 않았다 . 피안타율 0.254 피장타율 0.328 이다 . 규정이닝을 채웠다면 ERA 는 니퍼트에 이어 리그 2 위다 . 피안타율은 보우덴 , 니퍼트에 이어 리그 3 위 , 피장타율은 리그 전체 1 위에 해당한다 . 고전은 커녕 리그를 압도했다 .


투수와 타자의 싸움을 말할 때 흔히 ‘ 허를 찌르는 볼배합 ’ 이 거론된다 . 그런데 허프는 ‘ 허를 찌르는 볼 배합 ’ 이 애당초 어렵다 . 구종이 두가지 밖에 없기 때문이다 . 빠른 공 아니면 체인지업이다 . 그렇다면 로케이션에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일까 . 그렇지도 않다 . 오히려 반대다 . 특히 체인지업이 그렇다 . 우타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의 로케이션은 바깥쪽이 95% 다 . 좌타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 바깥쪽 비율이 96% 다 .


좌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우타자 바깥쪽 방향으로 흐른다. 따라서 타자 먼쪽을 겨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허프처럼 극단적으로 로케이션이 한쪽으로 쏠리는 투수는 없다. 70:30 정도의 비중이다.


패스트볼은 우타 상대할 경우 몸쪽에 더 많이 쓴다. 몸쪽 63% 바깥쪽 37%다. 좌타 상대할 때는 반대다. 바깥쪽이 61%로 더 많고 몸쪽이 39%다. 이 로케이션 비율에도 맥락이 있다. 좌완투수에게 손 방향을 기준으로 ‘대각피칭’이다. 스트라이크 존을 가로지르는 궤적 때문에 ‘크로스파이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종종 커터성 무브먼트를 섞기 때문에 위력이 배가된다.


좌투수는 보통 좌타자에게 강하다. 하지만 허프는 우타자를 더 잘 상대한다. 체인지업의 강점도 있지만 몸쪽으로 파고드는 이 크로스파이어 역할도 크다. 그런데 문제는 변화와 다양성이다. 허프의 피칭은 예측가능하다. 패스트볼은 우타자 몸쪽, 좌타자 바깥쪽을 주로 겨냥한다. 게다가 체인지업은 예측 조차 불필요하다. 무조건 바깥쪽이다.  


‘단조로움’은 허프의 약점이다.

선발 맞상대였던 넥센 신재영도 2피치 투수에 속한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신재영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2가지 구종을 주로 사용하지만 슬라이더의 무브먼트가 다양하다. 같은 슬라이더지만 떨어지는 것, 크게 휘는 것, 짧게 휘는 것을 섞어서 던진다. 이런게 보통의 2피치 투수들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하지만 허프는 이런 타입도 아니다. 무브먼트나 구속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허프의 투구는 흔히 말하는 ‘허를 찌르는 볼배합’ 이란 개념에 비춘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경우의 수가 거의 없다. 바깥쪽 체인지업, 대각선 궤적의 패스트볼, 스트레이트 궤적의 패스트볼이 전부다. 게다가 좌타자 바깥쪽 체인지업이나 우타자 바깥쪽 패스트볼은 구종의 특성상 아무래도 느슨하게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이런 패턴에는 허프의 피칭을 설명할 수 있는 두개의 결정적 키워드가 들어있다. 우선은 제구력이다. 제구력이란 말에는 두가지 의미가 섞여 있다. 하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다. 미국에서는 컨트롤(control)이란 표현을 여기에 쓴다. 다른 하나는 커맨드(command)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좋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 또는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허프가 가진 것은 ‘커맨드’다. 그는 몸쪽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의 경계선을 겨냥해서 공을 꽂아넣는다. 구종의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 이유다.


그런데 그 ‘커맨드’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가 허프를 설명하는 또다른 키워드다. 그는 수싸움을 하며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 능력을 활용한다. 


더 효과적인 패스트볼, 더 효과적인 체인지업     

그는 패스트볼에 관해 라이징 무브먼트나 싱커 무브먼트보다 커터 무브먼트를 더 잘 다룬다. 이런 공이 효과를 가지는 것은 역시 대각피칭이다. 우타자 몸쪽 좌타자 바깥쪽이다. 체인지업은 우타자 바깥쪽 방향에서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래서 거기로 던진다. 이렇게 되면 좌타자를 상대한 무기가 애매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그는 좌타자 상대에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로케이션 선택에 변화를 주거나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다른 구종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저 좀더 정교한 제구로 던질 수 있는 가장 나은 공을 던질 뿐이다.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는 상대 투수에 대한 분석이 더 깊어진다. 그런 이유로 정규시즌과 다른 투구패턴을 선택해서 재미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허프는 어땠을까.



넥센-엘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허프는 같았다. 체인지업은 우타자든 좌타자든 대부분 바깥쪽을 향했고 패스트볼은 우타자 몸쪽, 좌타자 바깥쪽을 향해 대각을 이루며 날아들었다. 하지만 넥센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똑같이 단조로운 구종을 똑같은 패턴으로 던졌고 똑같이 타자를 압도했다. 7이닝 5피안타 1실점이 이날 허프가 남긴 결과다.


허프가 강해지는 방법

남달리 위력적인 구위를 가졌기 때문에 이런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일까.반대일 수도 있다.단조롭다는 약점에 불안해하며 새로운 무엇을 더하려 하기보다 그저 자신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일 수도 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새로운 공으로 변화를 만들기보다 최고의 완성도를 가진 단 두개의 구종을 더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이날 허프가 넥센 타자에게 허용한 타구속도 150kmh 이상의 타구는 8 개다 . 좌타자 중에는 서건창 2 개 ( 1 회 투수직선타 , 3 회 좌익수 뜬공아웃 ) 임병욱 2 개 ( 3 회 파울 , 6 회 우익수 뜬공아웃 ) 다 .  하지만 안타가 된 것은 없었다 . 강한 타구였지만 야수 정면으로 향하거나 페어지역을 벗어났다 . 우타자 중에는 김하성 ( 4 회 3 루땅볼아웃 ) 이택근 ( 5 회 2 루타 ) 김지수 ( 5 회 1 루타 ) 윤석민 ( 7 회 2 루타 ) 가 150kmh 이상의 타구를 날렸고 이중 3 개가 안타가 되었다 .


압도적인 것처럼 보였던 허프의 피칭이지만 그렇다고 넥센 타자들이 허프 공략에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 하지만 모든 강한 타구가 항상 안타가 될 수 없는 것이 야구다 .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는 투수라도 타자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 피칭이다 .   


허프는 그런 것을 보여준다 . 그는 완벽하지 않다 . 단조롭고 예측가능하다 . 하지만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을 거의 완벽한 커맨드로 구사한다 . 이날 경기에서도 바로 그 강점을 앞세워 집요하게 타자를 몰아세웠다 .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승부는 2승 1패 로 엘지가 앞서게 되었다 .



네이버 2016PS 칼럼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540&aid=000000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