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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스트라이크와 볼의 득점가치 - 볼카운트의 이해(3/3)

by 토아일당 2015. 5. 18.


스트라이크와 볼의 득점가치(Run Values) - 볼카운트의 이해



앞의 글에서 “초구승부” 및 “볼카운트 싸움”에 관한 몇가지 믿음은 통계적 사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1. 초구는 여러가지 볼카운트 상황 중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보긴 어렵다.

2. 초구타격의 결과가 실제로 타자에게 유리하지 않다.

3. 볼카운트에 따른 타자의 노림수가 타격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볼카운트에 따라 타격결과가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주 큰 편은 아니다.  

4. 볼카운트에 따른 타석결과에 휠씬 크게 작용하는 것은 공을 때렸을 때의 결과가 아니라 삼진이나 볼넷처럼 공을 때리지 않았을 때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좀더 객관적으로, “초구승부”의 중요성은 어느정도일까요?  초구승부의 결과는 타석의 결과에 대해, 그리고 경기 전체에 대해 어느정도의 영향을 가지고 있을까요?  또는 볼카운트를 결정하는 타석의 스트라이크 하나, 볼 하나의 영향을 어느정도일까요?


초구 승부의 득점가치(Run Value)


KBO05_11 기간의 279,604번의 타석에 대해 초구B, 초구S, 초구타격 3가지를 구분한 후 각각의 타석결과를 득점가치(Run Value)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계산에 사용된 타석이벤트별 득점가치는 분석기간과 같은 KBO05_11 기간의 데이터로 계산한 것입니다.  


득점가치(Run Value)에 대한 개념과 이해는 다음 글을 참조해주십시요.

톰 탱고의 기대득점과 득점가치 - http://baseball-in-play.com/70  


rv_1stpitch.png


초구볼이 선언된 119701회의 타석에서 타자가 만들어낸 득점가치는 4411.7점이었고 초구 스트라이크가 선언된 124,888번의 타석에서 타자가 만든 득점가치는 -5404.8점이었습니다.  35,015번의 초구타격 시에는 173.3점이었습니다.  이를 타석 빈도수로 나누면 초구 승부의 득점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초구S는 타자 입장에서 팀득점을 -0.043점 감소시키고 초구B를 골라내면 +0.037점 증가시킵니다.  초구타격은 +0.005점을 증가시킵니다.


투수가 25명의 타자를 상대해서 15명의 타자에게 초구S를 잡고 10명의 타자에게 초구B를 허용할 경우 이 투수는 “초구승부”를 통해 0.28점 정도의 실점억제 효과를 기여합니다.  만약 5명의 타자에게 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낼 경우 -0.68점 정도 실점억제효과를 기여합니다.   

종합하면 투수는 타자 한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더 잡아낼 때 마다 실점억제 -0.08점을 기여합니다.   


12종류 볼카운트 상황의 유리함과 불리함의 정도  


초구 뿐 아니라 12종류 볼카운트에 전체에 대해 타자/투수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그 조건의 기대득점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계산하는 방법은 초구카운트의 기대득점 및 초구의 득점가치를 계산하는 것과 같습니다.


RE_BScount.png


0B0S 를 중립(zero base)로 조정했을 때 초구가 볼이 될 경우 볼카운트는 1B0S가 되고 이때의 기대득점은 0.037점이 되고, 반대로 스트라이크가 될 경우 기대득점은 -0.043점이 됩니다.  그래서 초구B와 초구S의 차이는 (0.037 + 0.043 = 0.080점) 입니다. 위에서 초구승부의 득점가치를 계산한 결과와 같습니다.  그리고 12가지의 볼/스트라이크 카운트 각각의 기대득점을 바탕으로 각 카운트에서 볼 하나, 스트라이크 하나의 득점가치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1B0S 상황에서 스트라이크 하나가 들어오면 타석의 기대득점은 0.037에서 -0.014가 됩니다.  1B0S의 스트라이크는 (-0.014 -0.037 = -0.051점)의 득점가치를 가집니다.  1B0S에서 볼이 들어오면 타석의 기대득점은 2B0S에 해당하는 0.101 이 되기 때문에 이 "볼"의 득점가치는 (0.101-0.037=0.066)가 됩니다.  그리고 볼과 스트라이크의 플러스 마이너스 차이인 (0.066+0.051=0.117)만큼이 1B0S 카운트의 공 한개가 가진 잠재적 득점가치입니다. 


투수가 던진 스트라이크 하나는 몇점의 가치가 있을까? 


아래 표는 각 카운트에서 볼/스타라이크 각각의 득점가치를 나타냅니다.  diff.는 해당 카운트에서 다음 공이 볼이 될 때와 스트라이크가 될 때의 차이이기 때문에 공 한개가 가질 수 있는 잠재적 득점가치가 됩니다. 앞에서 본 "초구스트라이크 하나 더" 잡아낼 때의 득점가치 0.08은 그래서 볼카운트 0B0S의 diff. 값과 같습니다.  


bs_RunValue_KBO05_11.png


볼카운트에 따라 스트라이크의 가치는 -0.366 에서 -0.043 사이에 있고, 볼은 0.027에서 0.275 사이에 있습니다.  그리고 공 하나가 볼 또는 스트라이크가 될 때의 차이(공 하나로 만들어질 수 있는 득점가치)는 0.641에서 0.080 사이에 있습니다.  


몇가지 의미있는 시사점을 볼 수 있습니다.

1. 0B0S 상황의 볼/스트라이크 차이(잠재적 득점가치의 크기) 0.080점입니다.  즉 초구승부의 잠재적 득점가치는 모든 볼카운트 승부 중 가장 낮습니다.  


2. 득점가치가 가장 큰 "공 한개"는 물론 3B2S에서 입니다.  앞에서 볼카운트에 따른 타석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타격의 결과가 아니라 타격하지 않은 결과(볼넷과 삼진)라는 점과 같은 같은 맥락입니다.


3. (볼넷과 삼진과 직결되는 3B 또는 2S 이후의 공을 제외할 경우) 가장 가치있는 스트라이크는 3B1S 2B1S 처럼 투수가 불리한 상황에서 잡아내는 스트라이크 한개이고, 볼 중에서 특별히 더 나쁜 볼은 2B0S 2B1S 에서 3B로 몰리게 되는 "볼"입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승부는 2B1S의 공 한개입니다.  초구승부보다 잠재적 득점가치가 2.4배 더 큽니다.  


4. 0B2S 카운트에 던지는 빠진 공(득점가치 0.027) 한 개는 별로 손해볼 게 없습니다.  모든 볼 중에서 가장 손해가 적습니다.  물론 3구삼진을 잡아내면 그게 제일 좋지만 그 경우를 제외한다면 배터리가 셋업피치의 확실한 의도에 따라 공 하나를 빼보는 것은 현명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3B1S에 그냥 흘려 보내는 볼 한개는 생각보다 더 나쁩니다.  타자입장에서는 1B이나 2B에서의 스트라이크보다 더 나쁜 스트라이크입니다.  3B1S 카운트에서 타자는 좀더 적극적으로 공략하는게 낫습니다.  


*** 소위 “미트질” 즉 포수의 포구기술에 의해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받거나 반대로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받는 것을 “프레이밍”이라 합니다.  포수의 능력 중 아주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을 득점가치로 계산할 때 사용하는 분석모델도 위와 같습니다.  볼 하나를 스트라이크로 판정받는 것의 가치를 득점 스케일로 환산합니다.  

 


볼카운트에 따라 "공 하나 승부"의 가치는 8배 이상 달라진다


“초구승부”가 타석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과 달리, 첫번째 볼카운트를 결정하는 공 한개는 특별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타격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카운트 상황에 비해 가장 작습니다.  


게다가 책 [머니볼 Money Ball]에서 소개된 "초구가 아니라 사실은 진짜 중요한 볼카운트"라던 1B1S 에서의 공 하나 득점가치는 0.095점으로 끝에서 두번째로 낮습니다.  초구승부가 신화이듯이 1-1pitch 역시 허상인거 같습니다.  


공 하나로 볼넷 또는 삼진이 결정될 수 있는 3B 또는 2S 이후의 카운트를 제외하면, 2B0S 나 2B1S에서 잡아내는 스트라이크 하나가 가장 득점가치가 높기 때문에, 초구나 1-1pitch 처럼 갈림길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보다, 불리한 볼카운트인 2B0S 나 2B1S 3B1S 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서 볼카운트의 균형을 되찾아올 수 있는 투수가 더 유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볼카운트에 따른 기대득점수준이, 다음 공이 볼 또는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plotting해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로축은 초구부터 볼카운트가 쌓이는 방향이고 세로축은 위로 갈수록 더 높은 기대득점을 나태냅니다.  맵핑된 볼카운트별 기대득점수준(높이)의 연결은 하나의 볼카운트가 다음 볼카운트로 변할 때 그에 따른 타석의 기대득점 변화를 보여줍니다.  


0-0에서 1-0 또는 0-1로 넘어갈 때 1-0과 0-1의 높이차이가 공 하나로 인해 생겨난 볼카운트의 득점가치입니다. 0-0이 1-0이나 0-1로 변하는 흐름, 1-1이 2-1이나 1-2로 변하는 흐름보다 2-0이 3-0이나 2-1로 변하는 것, 2-1이 3-1이나 2-2로 변하는 것이 더 큰 차이를 만들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값을 가지는 볼/스트라이크의 득점가치를 볼카운트 실제 빈도에 따라 가중평균하면 Ball 하나는 평균적으로 +0.068점, Strike 하나는 -0.100점의 득점가치가 됩니다.  


굳이 구분한다면 3B1S 그리고 모든 2S 이후 카운트는 평균보다 스트라이크 하나의 가치가 높고 나머지는 낮습니다.  볼의 경우 2B0S 2B1S 3B1S 2B2S 3B2S 에서는 평균보다 나쁜 볼이고 나머지는 그래도 덜 나쁜 볼입니다. 


초구보다 4구나 5구가 휠씬 더 중요하다 


대체로는 초반의 카운트는 후반의 카운트보다 덜 치명적입니다.  타자에게도 투수에게도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투수는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투구수"라는 댓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반면 타자는 3S 이전까지는 자신이 타격할 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특정 볼카운트의 기대득점은 타자나 투수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만 그것과 별개로 타자는 원하는 공을 고르는 기회를 가지는 동안 투수는 투구수가 늘어나는 부담을 져야하기 때문에, 여기서 타자와 투수 사이의 [비용 비대칭성]이 생깁니다. 


따라서 타자가 굳이 빠른 카운트에 방망이를 돌릴 이유는 적어집니다. 왠만하면 2장이나 3장의 카드를 값싸게 열어볼 수 있는 게임 테이블에서 굳이 일찍 승부를 걸 이유는 없습니다.  


현존 MLB 최강의 출루괴물인 조이보토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 생각에 초구승부는 너무 과대평가되어 있다.  실제로 거기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물론 나는 항상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에 있기를 바라지만 또 2스트라이크 이후라고 해도 여전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 왔다”


MLB의 경우 초구타격의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가급적 더 많은 공을 보려고 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타가 아닌 볼넷 출루의 가치가 과거보다 높이 평가되는 것도 이유겠지만 과거의 믿음과 달리 초구승부에 대한 과대평가가 사라지고, 초반의 볼카운트가 막상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공을 고르는편이 타자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 


초구승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초구가 특별한 전략적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야구의 모든 공 하나하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구”에 관한 더 복합적이고 어려운 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 투수는 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했을까?


예를들어 통계적으로 명확히 확인되는 “초구승부의 별로 안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투수들은 대체로 더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이것이 다음에 좀더 자세히 다루려는 주제인데 여기에도 객관적이지 않은 착시와 오해, 왜곡이 섞여 있습니다.


대체로 초구스트라이크를 잘 잡는 투수는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그들이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았기 때문에 아니라 좋은 결과를 낸 것이 아니라,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는 투수들에게 “네가 자신을 믿고 스트라이크를 던져 넣으면 넌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다고 해도 ERA를 낮추거나 탈삼진 갯수를 늘릴 수 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고양이가 날지 못하는 것은 날개가 없기 때문인데, 만약 날개가 있으면 그건 고양이가 아니라 이미 새입니다.  누군가에게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면 날개가 얼마나 비행에서 중요한 것인지 가르치는 것보다 날개를 갖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좋은 투수가 된 결과에 더 가깝습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지 못하는 투수가 비난받는 것은 프로야구선수로서 감수할 일입니다.  그러나 비난의 이유는 그의 무능력함 때문이어야 합니다.  초구승부에 대한 부적절한 신화는 그걸 잘 해내지 못하는 투수들을 “겁쟁이”로 비하하는 것도 모자라 초구의 전략적 가치를 알지 못하는 “멍청이”로까지 끌어내립니다.  


통계적 객관성을 기준으로 공 하나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수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좀더 낫습니다.  "첫번째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투수가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서든 세번째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아내는 투수가 가장 좋은 투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