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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의 메트릭스 - 2번타자

득점환경과 진루타의 가치변화가 "강한2번타자"의 본질


이 글의 첫번째 버전은 2014년 초에 bizball project라는 팀과 함께 작업하며 썼던 글입니다.  그리고 베이스볼긱에 게재된 칼럼이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중단되었는데 틈틈히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타순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과 통계적인 "사실"을 비교합니다.  어떤 것은 실제로 그랬을 것이고 어떤 것은 아닐 겁니다.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는 KBO07_11 5시즌 동안의 것과 KBO2014 시즌의 것 두종류입니다.  07_11 기간이 약 20만 타석, 14시즌이 6만 타석 정도의 결과입니다.  (2014시즌 데이터에 관한 것은 나중에 붙이는 것이라 따로 명시되지 않은 것들은 대체로 07_11기간의 데이터입니다) 


분석기간 중 각 타순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는 그 기간 중 KBO의 각 팀의 벤치가 선택한 특정한 조합의 결과입니다.  1번타자가 또는 4번타자가 어쨌다고 해도 그게 항상 그렇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 시기 벤치가 가졌던 패러다임으로 만든 타선에 그랬던 것입니다.  따라서 "2번타자는 어떠하다"가 아니라 그런 "2번타자를 쓰면 어떤 결과가 나온다"라고 이해하는게 낫습니다.  


새로 검토할 수 있게된 2014년의 데이터는 07_11 기간의 한국프로야구 타선의 패러다임과 최근의 것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비교하는 기회도 될겁니다.  


글은 07_11시즌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던 작성했던 것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새로운 데이터들과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재구성합니다.  



2번타자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은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타자"를 배치한다는 것이다.  번트에 능하거나 주자 뒤로 공을 잘 굴려 진루타를 만들거나, 히트앤런 같은 벤치의 작전을 소화한다는 뜻이다.  


07-11 5시즌 동안 2번타자가 타석에 섰던 상황을 분석했을 때 이런 관점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는있다. 일단 2번타자는 9명의 타순 중에서 가장 자주 희생번트 또는 진루타 필요 상황에서 타석에 선다.  무사 주자1루, 12루,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서는 빈도가 평균보다 71% 높고 9번 타자에 비해서는 2.2배 많다.  


작전수행능력 vs 강한2번타자


하지만 최근 2번타자의 역할을 좀 다르게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  희생타나 진루타가 아니라 적극적인 강공으로 대량득점을 노려야 한다는 관점이다.   11-13 KBO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팀 삼성은 “강한 2번타자"를 중시하는 대표적 팀이었다.  전통적인 모델과 좀 다른, 출루율과 장타율을 겸비한 박한이 같은타자가 주로 이 위치를 맡았다.  팀에서 최고 타자 중 하나인 박석민이 2번 타순을 맡는 경우도 있었다.  


둘 중 어느 쪽이 항상 옳다고 단정할 순 없다.  게다가 2번 뿐 아니라 어느 타순이라도 강한 타자가 배치되는 것이 좋다.  누군가는 박병호 9명으로 좋은 타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말이 그렇다는 것인지 40홈런+ 타자 9명으로 타선을 짤 수 있다면 그런 축복도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것은 불가능하다.  9명 각각은 장점과 단점이 다르고 타격능력의 수준도 다르다.  타선 구성의 전략이란, 이런 9명의 타자를 어떤 순서로 놓을 때 동일한 능력치로부터 가장 많은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예를들어, 장타율보다 출루율에 장점이 있는 타자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 자주 타석에 서는게 더 효율적이다.  장타율은 진루시킬 주자가 없으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1번타자에 관한 전편에서 말했듯이 볼넷은 1루타의 60% 정도 가치이지만 주자가 없을 경우라면 둘의 가치는 같다. 


“강한 2번타자"가 옳으냐고 묻는 것은 우문이다.  강한 2번타자가 있으면 팀은 당연히 더 많은 득점을 만든다. 최고의 진루타는 안타이고, 최고의 팀배팅은 홈런이기 때문이다.  


합당한 논점은, "강한 타자"를 다른 타순 (예를들면 5번) 이 아니라 2번에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냐"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유형의 타자를 2번에 둘 때, 같은 능력의 타자로부터 더 많은 팀득점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2번타자가 타석에 서는 상황의 통계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무사1루, 2루,3루,1사 주자없음 상황을 다른 타순에 비해 더 많이 맞는다.

2) 많은 주자를 두고 타석에 서지 않는다.  특히 득점권 주자의 숫자가 적은 편이다.  1번타자를 제외한다면 팀에서 2타점 기회를 가장 적게 얻는 위치이다.

3) 반면 병살타 위험 상황에 가장 자주 등장한다.  평균보다 14% 많으며 1번 타자에 비하면 1.44배 자주 생겨난다.

4) 팀에서 3번째로 영양가 있는 밥상을 받는다.  4번타자와 5번타자 다음으로 기대득점이 높은 상황에서등장한다.  클린업트리오인 3번타자는 의외로 팀에서 6번째이다.


07_11기간의 데이터와 달리 14시즌의 데이터는 2번타자의 타석상황에서 좀 달라진 성향을 보입니다.  주자숫자는 타순 중 3번과 4번 다음으로 3번째로 많고, 득점권 주자 역시 3번째로 많습니다.  병살타 위험 상황에서 등장하는 비율도 빈도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9명 중 중간정도입니다.  


이런 변화에 대한 가설을 몇가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1번타자의 장타력 상승입니다.  과거와 달리 1번타자는 짧게 치고 또는 볼넷을 골라 1루까지 나가는게 아니라 장타를 치고 2루나 3루까지 가는 빈도가 휠씬 높습니다.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1번타자 타석에 섰던 넥센 서건창은 안타를 많이 치기도 했지만 순장타율(IsoP)이 0.177 이고 삼성이 1번타자 나바로는 IsoP가 무려 0.244 입니다.  민병헌, 김주찬, 김강민, 정성훈 모두 많게는 400타석 이상 적게는 200타석 정도 1번타자로 출전했는데 모두 순장타율이 0.168에서 0.193 사이에 있습니다.  


1번 타순에 이런 타자들이 들어가면 똑딱형 1번타자의 시대와 달리 2번타자 앞에 진루타 필요상황 보다 1루는 비어있는 득점권 주자상황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또하나는, 하위타선의 출루율 상승입니다.  첫이닝을 제외하면, 2번타자는 7-8-9번에서부터 연결되는 위치가 되는데, 하위타자들이 출루하는 빈도가 높아지면 1번을 지나 2번타자에게까지 기회가 이어집니다.

14시즌의 예외적인 타고성향이 원인일 수도 있고 KBO 팀들의 달라진 타선구성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습니다.  


타순에 따른 득점가능성 변화


2번타자의 전략적 의미를 해명할 수 있는 방법은 1번부터 9번타자까지 타순이 연결되면서 득점가능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프는 각 타순이 타석에 서는 상황에서 [득점권 상황의 빈도] [베이스에 있는 주자의 수] [밥상의 가치=기대득점run_expectancy]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표시한 것이다.  3가지 그래프 각각은 동등한 비교를 위해서, 각 타석에서의 빈도를 평균0, 표준편차1 로 정규화(normalize)시킨 값이다.



붉은색 그래프는 출루한 주자의 숫자를 표시한다.  1번타자 앞에서 주자 수가 가장 적다.  그리고 2번 타순으로 넘어갈 때 큰 폭으로 증가한다.  1번타자의 출루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5번 타석까지 주자의 숫자는점차 증가하다가 6번타자로 넘어가면서 하락하기 시작해서 9번타자를 거쳐 1번타자  타석에서 가장 낮아진다.   


이 사이클의 순환이 [타순]이다.  주자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과정은 공격이 지속되며 더 많은 새로운 득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일 가능성이 높고, 주자의 숫자가 줄어드는 과정은 반대로 득점이 완료되었거나 아니면 더 이상의 득점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장면일 것이다.


그런데, 득점권 상황의 빈도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게 움직인다.  더 가파르게 올라가서 더 일찍 내려온다.  특히 2번-3번-4번-5번 구간에서 차이가 더 명확하다.  주자의 숫자 그래프(붉은색)보다 득점권 빈도의그래프(푸른색)가 더 높이 있다는 것은 출루한 주자가 그만큼 홈 베이스에 접근해있다는 뜻이다.  대신 대량득점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푸른색 그래프에 해당하는 득점권 상황빈도에서 2번타자의 역할이 확실히 드러난다.  득점권 상황 빈도는2번타자를 거치면서 가장 급격하게 상승한다.  이것이 오랫동안 2번타자의 “작전수행능력"이라 불린 덕목의 정체이다.  3번부터 시작되는 클린업트리오에게 “득점권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팀에게 이로운 것일까?   연두색의 세 번째 그래프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준다.  타석 상황에서의 기대득점 run expectancy의 변화이다.  


07_11시즌 2번타자가 한 일 


기대득점은 아웃카운트 * 주자상황 의 모든 조합인 24가지의 타석상황 각각을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얻은값이다.   기대득점이 높은 상황은 좋은 찬스이고 낮다면 반대이다.  주자가 많을수록, 홈 베이스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아웃카운트가 적을 수록 기대득점은 높다.


타석이 이어지면서 기대득점이 높아진다는 것은 성공적인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낮아진다면그 반대일 가능성일 가능성이 높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기대득점은 이미 완료된 득점을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홈런 등으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일 경우 기대득점은 낮아진다.  하지만 루상의 주자 숫자가 늘어가고 있는 구간에서는 완료된 득점으로 인해 기대득점이 낮아진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쪽이 더 타당하다.)


주자의 숫자도 늘어나고 득점권 빈도도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기대득점이 낮아지는 것은 아웃카운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야구란 아웃카운트를 지불하며 그 대가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경기인데, 값 없이 빼앗기는 아웃카운트가 많아질수록 그 팀의 득점은 줄어든다.


진루타 가치에 대한 인식변화


2번에서 3번으로 넘어갈 때, 득점권 확률은 높아지지만 종합적인 기대득점은 낮아진다.  이어받은 3번타자는 떨어진 기대득점을 극적으로 회복시켜 4번타자에게 모든 타순 중 가장 높은 기대득점 상황을 넘겨주고 있다.  그 이후로 기대득점은 점차 감소해서 9번을 지나 1번에서 최저점을 찍고 1번타자는 그것을 다시반전시켜 상위타선의 턴을 시작한다.   


팀 전체로 봤을 때, 더 잘 치는 타자에게 더 높은 기대득점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당연히 이득이다.   그렇게 본다면 07-11 5시즌동안 KBO의 2번타자들은 클린업트리오 앞에서 기대득점을 높이기보다는 낮추는역할을 한 셈이고 당연히 팀 공격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아이러니한 결과는득점권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팀은 얻어낸 진루의 가치에 비해 더 많은 아웃카운트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위는 2014시즌 타순에 따른 주자의 숫자, 득점권 주자의 숫자, 기대득점의 변화를 확인해 본 것입니다. 07_11 기간과 비교해본다면   


1. 상대적으로 5번이후 타순의 주자 및 득점권 주자가 모두 줄어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예전에 비해 3번타자가 더 강해진 점과 3번과 4번의 클린업 능력이 향상된 것과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3번과 4번 타석에서의 실현득점은 예전보다 확연하게 늘어나긴 했습니다.  주자를 일찌감치 불러들인다면 5번과 6번까지 차례가 안돌아갑니다.  또 5번 6번보다 1번과 2번이 더 강해진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2.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2번타자 앞에서 주자 숫자 및 득점권 주자 숫자가 모두 많이 증가했습니다.


3. 그러나 2번에서 3번으로 넘어갈 때, 전체 주자숫자보다 득점권 주자 숫자가 더 크게 늘어난다는 점, 그리고 타순의 기대득점은 역시 감소한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3번타자 앞의 기대득점 상황은 팀에서 중간정도 밖에 되지 못합니다. 



진루타에 대한 환경과 인식의 변화  


앞서도 말했듯이 어느 타순이든 더 강한 타자를 쓰는 것은 이롭지만 이것은 기회비용의 문제이다.   얼만큼 강한타자를 2번에 두는 것이 팀에 더 이로울까?


KBO07-11 기간 중 2번타자의 OPS는0.699 였다.  리그평균OPS보다 0.044 낮으며 다른 타순과 비교했을때도 6번은 물론 7번보다 낮은 9명 중 7번째에 불과하다.  분석한 5시즌 동안 KBO의 팀들은 평균 이하의 득점생산력을 가진 타자들을 2번 타순에 배치해왔다.  그 결과로 2번타자들은 클린업트리오에게 더 자주득점권 찬스를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동시에 자기 타석에서 받았던 기대득점상황을 높인게 아니라 거꾸로깍아먹은 후 3번타자에 넘겨주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07-11기간의 2번타자 보다는 “더 강한" 타자들이 2번 타순을 맡는 것이 팀이 더 많은 득점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강한 2번타자 - 진루타에 대한 환경과 인식변화


14시즌의 경우 2번타자의 타격능력은 리그평균으로 봤을 때 6번째였습니다.  5번째인 6번타자와도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07_11년과 비교한다면 2번타자는 약간 더 강해졌습니다.  그때는 9명 중 7번째 타자였습니다.   


이전과 비교한다면, "강한 2번타자"에 약간 더 가까워진 것처럼 보입니다. 1위팀 삼성은 팀에서 4번째로 잘치는 타자가 2번에 배치되었서 가장 전형적인 "강한 2번타자"의 타선이었습니다.     


물론 "강한 2번타자"가 그것만으로 팀의 득점력을 올려줄리는 없습니다.  엘지트윈스는 4번째로 강한 타자가 2번을 맡았지만 득점력은 별로 좋지 못했고 SK는 팀에게 가장 약한 9번째 타자를 2번에 두었지만 팀득점은 리그에서 중간정도를 지켰기 때문입니다.  다만 점점 더 많은 팀들이 1번과 2번 타순에 도루능력이나 작전수행능력이 아니라 출루율과 장타율이 더 높은 타자를 두게 되는 흐름을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강한 2번타자"는 리그 또는 경기의 득점환경에 따라 더 효율적이 될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진루타"의 가치에 있습니다.  진루타란 아웃카운트를 주고, 진루를 얻는 타격입니다.  그런데 리그의 평균득점이 높아지면 아웃카운트는 더 비싸지고 진루는 더 싸집니다.  따라서 진루타의 가치는 낮아집니다.  비싼 것과  싼 것을 바꾸기 때문에 당연히 손해입니다.  


그러나 낮은득점환경(low-scoring environment)에서는 반대가 됩니다.  아웃카운트는 싸지고 진루가 비싸집니다. 따라서 진루타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진루타의 가치는 득점환경에 달려있습니다.  


고교야구 등의 아마추어 야구는 대체로 낮은득점환경에 속합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90년대 중반까지 KBO역시 낮은득점환경 아래 있었습니다.  MLB도 데드볼시대라 불렸던 시기에는 아주 낮은득점환경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투고성향의 기간이 있어왔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진루타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득점환경은 꼭 리그의 차이나 시대의 차이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상대투수가 강할 때, 팀의 타자들이 약할 때 낮은 득점환경이 됩니다.  같은 경기 안에서도 통계적으로 789 후반의 이닝당 득점은 123 초반이닝에 비해 낮습니다.  경기초반은 상대적으로 높은 득점환경이고 후반은 반대입니다.


단순한 경기당 득점 뿐 아니라 장타율 수준에도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KBO의 경우 MLB와 리그평균득점이 비슷한 시즌에도 진루타의 가치는 좀더 높습니다.  출루율은 높고 장타율은 낮은 리그특성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2번타자는 아웃카운트와 진루를 바꿔서 클린업트리오 타자에게 -단타로도 득점할 수 있는- 득점권 주자를 넘겨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만약 타격의 결과가 오직 아웃과 안타 2가지이고 모든 안타를 단타히며 평균타율이 3할인 득점환경(scoring environment)를 가정해보면, 무사 주자1루의 득점확율은 35% 정도입니다.  반면 1사2루의 득점확율은 51% 로 휠씬 더 높습니다.  작전수행능력을 중시했던 2번타자 모델은 이런 환경의 유산일 것입니다.  


작년 한해동안 KBO는 높은 평균득점과 타자들의 장타력 향상이라는 두가지 요인으로 인해 전례없는 고득점환경(high-scoring environment)를 경험했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한 "강한 2번타자"는 확실히 더 나은 전략입니다.  


다만 "강한2번타자"라는 모델은 항상 상대적입니다.  득점환경에 따라 그것은 더 나은 방법이 될 수도 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넥센의 이택근, 삼성의 박한이는 대표적인 강한 2번타자 역할이었고, SK의 조동화, NC의 김종호는 좀더 전통적인 작전수행능력을 중시한 2번타자였습니다.  


물론 팀 내에 충분히 좋은 타자들이 많이 있어야 2번에도 강한 타자를 둘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팀에서 2번째나 3번째로 강한 타자, 즉 3번이나 5번을 맡길 수 있는 타자를 2번에 두는 것이 고득점 환경에서는 그리 나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Baseball Myths: Should Your Best Hitter Still Be Batting Third? by Jake Mann


2013년 MLB의 통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2번타자는 평균적으로 팀에서 3번째로 강한 타자였습니다.  3번-4번-2번 순서였는데 2번타자의 공격력은 4번타자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KBO의 팀들이 예전보다 좀더 강한 타자들을 2번에 놓는다고 "강한 2번타자"라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진 MLB에 비하면 여전히 약합니다.  KBO에서는 평균적으로 팀내 6번째 타자가 2번타순을 맡았고 가장 강한 2번타자를 쓴 삼성 조차 4번째 타자입니다.  

최근 지속적으로 타저 성향이 강한 MLB와 달리 KBO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타고 성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득점환경이라면 지금보다 더 강한 2번타자가 팀의 득점력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pinkyskull 기대득점의 해석에 약간 문제가 있지 않은가 싶은데요.

    3번 타자는 2번 타자에 비해 아웃카운트가 높은 상황에 타석에 많이 섭니다.

    1사나 무사에서의 기대 득점에는 현재 타자가 못쳐도 다음 타자가 쳐서 점수를 낼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사에서는 물론 그런 것이 없죠.

    2번 타자가 밥상을 차리고 있나 차버리고 있나를 해석하려면 2번 타자 타석과 3번 타자 타석에서의 '일반적인 기대득점'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후속 타석에서의 결과를 제외하고 '그 타석에서의 기대득점'만을 분석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2015.07.21 03:12 신고
  • 프로필사진 토아일당 예. 기대득점과 아웃카운트에 대한 지적은 맞습니다.
    그 타자의 타석만 보면, 1사 12루나 2사12루나 같으니까요.

    그런데, [타석]이 아니라 [타순]으로 보면다면 좀 다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해석문제"가 2번 타순에 대한 거라면, 타석의 문제가 아니라 타순의 문제니까요. 밥상도 다음 타자만 받으라고 차리는게 아니라, 이어지는 타자들 모두에게 차리는 것이 맞구요.

    1번타자가 꼭 2번타자에게만 기회를 넘겨주는게 아니라, 2번부터 시작되는 후속타자 전부에게 그렇게 하는 것처럼 말이죠.

    1번과 3번, 4번은 (아웃카운트까지 고려한) 기대득점을 상승시키는 것에 비해 2번타자의 다음으로 기대득점이 떨어지는건, 잃은 아웃카운트를 상쇄시킬 만큼의 기대득점+ 만들기에 실패한 것으로 보는건 문제 없을거같군요.

    그러니까, 타순 연결에 대해서라면, 아웃카운트와 뒤타자, 뒤뒤타자의 잠재적 득점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기대득점]으로 보는게 더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왜곡의 여지가 있긴 합니다. 첫이닝.과 마지막 아웃카운트에 대한 것 때문인데,

    첫이닝 때문에, 1번타자는 전체적으로 선두타자 비율이 높고, 3번타자는 2사에 타석에 서는 비율이 높습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문제는 3번째 아웃카운트를 당하는 상황에서 주자가 있을 경우, REA를 측정하면 그 타자는 약간 억울하게 자기책임이 아닌 부분까지 얹어서 큰 REA- 를 받게됩니다. 야구가 3아웃까지라는건 자기 책임은 아니니까요.

    첫이닝이 전체 타석조건에 차지하는 비중과, 3번째 아웃카운트 문제가 섞이면 일부 타석 위치에서 기대득점 기준의 측정이 왜곡될 여지가 생깁니다.

    --- 그런데, 그게 2번타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을거에요. 2번타순은 위의 2가지 조건이 겹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위치니까요. 그럼에도 2번타자는 기대득점을 낮추고, 3번타자는 기대득점을 높이고 있으니까요.



    2015.07.21 14:03 신고
  • 프로필사진 pinkyskull "작전수행 능력이 좋은 타자" 의 본질은 결국 장타도 없고 (1번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도 느린, 콘택트 하나 있는 타자를 당시 기준으로 좋게 불러주는 말이었겠지요.

    장타자 앞에서 주루 툴이 불필요해진다고 하는 말은 똑딱이의 위치가 빠른 주자 뒤라는 얘기죠. 장타자 앞에서는 추가 진루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말이고요.

    발빠른 주자 뒤에서는 똑딱이 타자로도 그나마 장타자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장타자 앞에 나가는 주자로도 똑딱이나 다른 장타자나 큰 차이가 없고요.

    결국 경제적으로 생각하면 똑딱이의 적정 위치가 빠른 주자 뒤, 장타자 앞이라 2번에 두면 좋다고 말들을 하던거라 생각합니다.

    요새 말이 나오는 건 사실 장타력 있는 3번과 출루 좋고 발도 빠른 1번이 딱 갖춰지는 게 그다지 쉽고 흔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똑딱이 타입이라고 애초에 못치는 타자를 가져다 놓는것도 의미가 없고요. 선수에 타선을 맞춰야지 타선에 선수를 맞출 수는 없으니까요.
    2015.07.21 05: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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